이 글은 2021년, 두 번째 사업이 망한 직후에 적었다. 그때는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력이 뭔지 몰랐다. 지금은 안다. 그 단어를 버리고 나서야 진짜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설레는 두근거림이 아니었다. 또 실패할 거라는 예감이 몸 안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세 번째 피칭을 준비하면서, 손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나는 '창업'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 두 가지가 얼마나 다른 일인지 — 꽤 오래 걸려서야 알았다.


스타트업이라는 세계에는 규칙이 있다. 투자를 받아야 한다. 팀을 꾸려야 한다. 성장률을 보여줘야 한다. 피치덱을 만들어야 한다. 매달 VC에게 업데이트 메일을 보내야 한다. 이 규칙들은 누가 정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든 유럽에서든 거의 동일했다.

나는 이 규칙들을 성실하게 따랐다. 피치덱을 만들었다. VC를 만났다. 성장률 그래프를 그렸다. 팀을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매번 같은 지점에서 무너졌다. 누군가의 돈으로, 누군가의 일정에 맞춰,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며 만드는 것 — 그건 내가 잘하는 일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투자 없이, 팀 없이, 혼자 만든다는 것」에서 적었듯이, 나의 실패한 프로젝트들은 하나의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만드는 건 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규칙 안에서 만드는 건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버렸다. 대신 '서비스'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차이는 이렇다.

스타트업은 성장을 전제로 한다. 투자를 받고, 빠르게 키우고, 엑싯하거나 유니콘이 되거나. 서비스는 — 그냥 누군가에게 가치를 주는 것이다. 크든 작든. 혼자 운영하든 100명이 운영하든.

스타트업은 남에게 증명해야 한다. 서비스는 — 사용하는 사람한테만 증명하면 된다.

이 프레임을 바꾸고 나자, 몸이 가벼워졌다. 피치덱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VC를 만날 필요가 없어졌다. 성장률 그래프를 그릴 필요가 없어졌다. 대신 — 사용자 한 명이 진짜 쓰는지만 보면 됐다.


KINS가 그렇게 시작됐다. 스타트업이 아니라 서비스로. 내가 치유하면서 배운 것들을 — 숙박이라는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 투자자에게 보여줄 그래프는 없었다. 대신 처음 와본 손님이 다시 오는지를 봤다. 다시 왔다.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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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in Social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매일 하는 콘텐츠 작업을 자동화해주는 도구를 — 나 자신을 위해 먼저 만들었다. 다른 사람이 쓸 수 있게 열어둔 건 그 다음이었다. 서비스의 첫 번째 사용자는 항상 나였다.

「내가 호텔을 짓기까지」에서 더 자세히 쓰겠지만 — KINS는 내 치유 과정 자체가 제품이 된 경우다. 내가 나를 고치면서 배운 것들이, 다른 사람의 쉼이 되는 공간이 되었다. 이건 피치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종류의 사업이 아니었다.


지금도 나는 '창업가'라는 타이틀이 불편하다. 만드는 사람. 그게 더 맞다. 투자도 팀도 없이, 내가 필요한 것을 내가 만들고, 그게 다른 사람에게도 필요하면 열어두는 것.

이건 스케일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맞다. 스케일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스케일이 안 되면 어때서? 내가 숨 쉴 수 있는 방식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다면 — 그게 실패인가?


당신이 만들고 싶은 건 '스타트업'인가요, '서비스'인가요? 그 차이를 구분한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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