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프리랜서 시절, 매달 통장 잔고를 보면서 적었다. 그때 쫓던 숫자와 지금 쫓는 숫자는 완전히 다르다. 마인드셋은 — 놀랍도록 같다.


손가락이 떨렸다. 월말에 통장 앱을 열 때마다. 스크린을 누르기 전에 이미 몸이 알고 있었다. 이번 달도 모자라다, 고.

프리랜서의 수입은 롤러코스터다. 한 달에 300만 원을 벌다가, 다음 달에 30만 원. 클라이언트가 잠수 타면 — 0원. 이런 불안정성에 익숙해지는 데 2년이 걸렸다. 솔직히 말하면 — 아직도 완전히 익숙하지는 않다.


한국에서 '월 수입 목표'란 — 고정급의 세계에서 나온 개념이다. 매달 같은 날 같은 금액이 들어온다. 예측 가능하다. 안정적이다. 이 안정성을 기반으로 대출을 받고, 집을 사고, 결혼을 계획한다.

프리랜서에게는 이 기반이 없다. 매달 0에서 시작한다. 이번 달에 아무리 잘 벌어도 — 다음 달은 다시 0이다. 이건 자유의 대가다. 아무도 안 알려주는 대가.


내가 처음 세운 월 수입 목표는 150만 원이었다. 서울에서 원룸 월세와 밥값을 간신히 커버하는 금액. 이 숫자에 도달하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도달했을 때 — 기쁘지 않았다. 다음 목표가 즉시 생겼으니까. 300만 원. 그리고 500만 원. 그리고.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기술」에서 적었듯이, 소유를 줄이면 필요한 돈도 줄어든다. 유럽으로 오면서 이 원칙을 적용했다. 베를린에서의 내 생활비는 서울보다 적었다. 물가가 싼 게 아니라 — 필요한 게 적어진 것이다.

숫자를 낮추니까 — 숨을 쉴 수 있었다. 150만 원이 아니라 100만 원으로도 살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세상이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돈이 많아져서 자유로워진 게 아니라, 필요한 돈이 줄어서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숫자가 바뀌어도 불안은 비슷하다.

150만 원을 벌 때도, 500만 원을 벌 때도, 그 이상을 벌 때도 — 월말에 통장 앱을 열 때의 떨림은 거의 같다. 금액이 올라가면 불안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 기준선만 올라갈 뿐, 불안의 크기는 변하지 않았다.

이건 프리랜서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직장인이어도, 연봉이 올라도, 같은 불안을 안고 산다. 다만 형태가 다를 뿐. 프리랜서는 '이번 달에 벌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직장인은 '이 자리를 잃으면 어쩌지'를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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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에서 적었듯이, 나는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의 형태에서 역산해서 수입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얼마를 벌어야 하는가가 아니라 —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먼저 정하고, 그 삶에 필요한 최소 금액을 계산하는 것.

지금 그 숫자는 — 말하지 않겠다. 숫자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 그 숫자가 내가 정한 것이라는 점이다. 누군가의 연봉 테이블이 아니라, 내 삶의 형태에서 나온 숫자.

아직도 월말에 통장 앱을 열면 손가락이 떨린다. 다만 — 떨림의 의미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공포였다. 지금은 — 확인. 내가 설계한 삶이 이번 달도 작동하고 있는가.


당신의 월 수입 목표는 — 누가 정한 건가요? 그리고 그 숫자가 아니라 다른 숫자라면 — 뭐가 달라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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