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우울증 한가운데에서 쓴 것이 아니다. 한가운데에서는 글을 쓸 수 없었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이 글은 바닥을 찍고 조금 올라온 뒤, 아직 바닥의 온도가 몸에 남아있을 때 적었다. 지금은 더 올라왔다. 하지만 '나았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런 말은 모르는 사람이나 한다.
몸이 먼저 꺼졌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아침에 눈을 떴는데, 팔이 움직이지 않는 날이 있었다. 물리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신경도 근육도 멀쩡했다. 그런데 뇌에서 팔로 가는 신호가 — 도착하지 않았다. 천장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 오늘은 이런 날이구나.
이런 날이 일주일에 서너 번이었다.
15년. 그 기간 동안 나는 C-PTSD, ADHD, PCOS, 불면증, 불안장애, 그리고 우울증이라는 이름들과 함께 살았다. 진단명은 의사마다 달랐다. 어떤 의사는 우울증이라 했고, 어떤 의사는 ADHD라 했고, 어떤 의사는 그냥 성격이라 했다. 이름이 바뀌어도 몸은 같았다. 무거웠다. 항상.
우울증에 대해 사람들이 모르는 것.
우울증은 슬픈 게 아니다. 슬픔은 감정이다. 감정은 방향이 있다. 우울증은 — 방향이 사라지는 것이다. 위도 아래도 없는 공간에 떠 있는 느낌. 슬프면 울기라도 한다. 우울하면 울지도 못한다. 울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가 없다.
「도통 잠이 오지 않는 당신에게」에서 적었듯이, 나는 3년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불면증과 우울증은 닭과 달걀 같았다. 잠을 못 자니까 우울해지고, 우울하니까 잠이 오지 않았다. 이 순환을 끊는 건 — 한쪽만 고쳐서는 안 됐다. 전부 동시에 건드려야 했다.
내가 시도한 것들의 목록은 길다. 약도 먹었고, 상담도 받았고, 명상도 했고, 운동도 했고, 식단도 바꿨다. 여행도 했다 — 30개국을 돌면서 우울증을 떼어놓고 올 수 있을 줄 알았다. 못 떼어놨다. 우울증은 짐이 아니라 그림자여서, 몸이 가는 곳에 따라왔다.
효과가 있었던 것과 없었던 것을 분리하는 데 오래 걸렸다. 효과가 있었던 것들의 공통점은 — 몸에서 시작한 것들이었다. 머리에서 시작한 것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명상은 효과가 있었다 — 하지만 '마음을 비우는' 종류가 아니라,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종류의 명상이. 운동은 효과가 있었다 — 하지만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몸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종류의 운동이. 요리는 효과가 있었다 — 칼로 채소를 써는 반복적인 동작이 뇌를 쉬게 했다.
공통점: 몸을 쓰는 것. 판단 없이 몸을 쓰는 것.
뇌는 나를 공격했다. 몸은 — 도망치지 않았다.
우울증이 가르쳐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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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닿을 수 있다. 끝없이 추락하는 것이 아니다. 어딘가에서 멈춘다. 멈추면 — 적어도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안다. 그 앎이 생각보다 크다.
기능하는 것과 살아있는 것은 다르다. 나는 15년 동안 기능했다. 학교에 가고,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났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기능은 생존이지 삶이 아니라는 걸, 기능이 멈춘 뒤에야 알았다.
치유는 도착이 아니다. 매일 하는 것이다. '나았다'는 말은 — 비가 그쳤다는 말과 비슷하다. 잠깐 그친 건지, 진짜 끝난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나았다'보다 '오늘은 괜찮다'를 쓴다.
우울증은 우회로가 아니었다. 훈련이었다. 내 몸의 소리를 듣는 법을 배우는 데 15년이 걸렸다. 비싼 수업료였지만 — 「내가 호텔을 짓기까지」에서 적겠지만 — 그 수업료가 결국 KINS의 기초가 되었다. 내가 아파본 경험이 다른 사람의 치유를 위한 공간이 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지금 그 안에 있다면 — '나아질 거야'라고 말하지 않겠다. 그 말이 그 안에서 얼마나 쓸모없는지 나는 안다.
대신 이것만. 바닥은 있다. 그리고 바닥에서도 숨은 쉴 수 있다.
오늘 당신의 몸은 뭐라고 하고 있나요? 듣고 있나요?
Thread: The Hea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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