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코사무이에서 3개월 살면서 적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법한 사진 뒤에 숨겨진 이야기다. 지금은 워케이션을 안 한다. 한 곳에 정착하는 게 더 좋다는 걸 알았으니까. 하지만 이 글에 담긴 불편함은 — 경험해야만 아는 종류의 것이다.
위장이 뒤틀렸다. 또 식중독이었다. 코사무이 대형 마트에서 산 양고기가 상해서, 지난주에만 4번째. 화장실 바닥에 누워서 — 세계 여행이 로맨틱하다는 친구들의 부러움이 떠올랐다. 정말인지 사서 고생이라는 말이 딱 여기에 쓰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워케이션, 코리빙, 디지털 노마드 — 이 단어들은 자유를 연상시킨다. 해변에서 노트북을 열고,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전 세계 사람들과 어울리고, 매달 새로운 도시에서 사는 삶.
실제로는 — 이렇다.
비가 오면 와이파이가 사라진다. 전기가 끊기면 변기 물을 내릴 수 없다. 미팅 중에 "비가 와서 와이파이가 끊길 수 있어요"라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선진국에 사는 비즈니스 파트너는 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는 눈으로 쳐다본다.
대부분의 헬스장에는 에어컨이 없다. 마트 육류 코너에는 냉장고가 없다. 집에 도착하면 독수리가 원을 그리며 날아다니고, 도마뱀 30마리가 상시 거주한다.
이것이 '천국 같은 섬'의 일상이다.
「30개국이 가르쳐준 것」에서 적었듯이, 여행이 가르쳐준 건 불편함이었다. 워케이션은 그 불편함의 집중 코스다.
한국에서 자라난 사람에게 — 이런 환경은 충격이다. 우리는 24시간 편의점, 초고속 와이파이, 택배 당일 배송에 익숙하다. 이 모든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 일한다는 건 — 일 자체보다 환경과 싸우는 데 에너지를 더 쓴다는 뜻이다.
코리빙은 또 다른 문제다. 낯선 사람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건 —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매일이 사회적 노동이다. 공용 주방에서 누군가와 마주칠 때마다 웃어야 하고, 소소한 대화를 해야 하고, '어디서 왔어?' '뭐 해?' '여기 얼마나 있을 거야?'에 답해야 한다. 매일. 새로운 사람마다.
정신적으로도 불편하다.
코사무이와 발리, 코팡안 같은 곳에는 — 본국에서는 사회 부적응자이거나 저소득층이었을 사람들이 동남아의 낮은 물가를 이용해 '신'처럼 사는 경우가 있다. 영적 깨달음이나 자유를 구호처럼 외치지만, 실제로는 현실 도피의 끝에 정착한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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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뮤니티 안에서 오래 있으면 — 기준이 흔들린다. 무엇이 자유이고 무엇이 도피인지. 무엇이 실험이고 무엇이 포기인지. 그 경계는 생각보다 얇다.
나도 그 경계 위를 걸었다. 「원격근무는 게으른 게 아니다」에서 적었듯이, 원격근무의 자유는 자기 파괴의 자유이기도 하다. 워케이션은 그 자유에 이국적인 배경을 깔아줄 뿐이다.
그럼에도 — 후회하지 않는다. 불편함이 가르쳐준 것이 있다.
편리함에 둘러싸여 살면 — 자기가 뭘 진짜 필요로 하는지 모른다. 모든 것이 부족한 곳에서 살아보면 — 진짜 필요한 것만 남는다. 좋은 와이파이. 안전한 음식. 조용한 공간.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대단한 인프라 위에 서 있는지 — 정글에 와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당신이 꿈꾸는 '자유로운 삶'의 뒷면에는 뭐가 있을 것 같나요? 그 뒷면도 감당할 수 있나요?
Thread: The L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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