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의 복합 PTSD, 내가 회복한 방법

복합 PTSD가 뭔지 알게 된 건 서른한 살이었다. 그때까지 15년을 그 안에서 살았다. 그게 내 성격이라고 믿으면서.


크로이츠베르크의 치료실이었다. 문 밖에서 백색소음 기계가 윙윙거렸다. 회색 소파에 신발을 신은 채로 앉았다 — 독일 치료실에서 신발을 벗어야 하는지 그때는 몰랐으니까. 치료사가 글자를 말했다. C-PTSD.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이름이 붙는 순간 — 턱이 잠겼다. 15년 동안 이름 없이 들고 다닌 것에 이름이 붙은 순간이었다.


그게 성격인 줄 알았다

C-PTSD는 단일 사건의 트라우마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반복된, 도망갈 수 없는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 본인이 잘 못 알아챈다. 이게 나야라고 믿게 되니까.

내가 "성격"이라고 부르던 것들:

이걸 다 — 그냥 내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자란 여자라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약한 거라고. 노력하면 고쳐질 거라고.

15년이었다. 15년 동안 — 더 열심히 사는 것으로 풀려고 했다.


풀리지 않았다

치료를 안 받아본 게 아니었다. 받았다. 일반 상담, CBT, 마음챙김, 명상, 호흡법, 요가, 식이요법, 운동 처방. 좋은 것들이었다. 다 도움이 됐다. 그런데 — 핵심을 안 건드렸다.

C-PTSD에 일반 상담이 안 통하는 이유: 트라우마는 대화로 풀리지 않는다. 트라우마는 에 저장돼 있다. 머리에 저장된 게 아니다. 대화는 머리한테 한다. 그래서 — 머리는 이해해도, 몸은 여전히 위협 모드다.

이걸 깨닫는 데 — 7년이 걸렸다.


효과 있던 것들

지금부터 적는 건 — 나한테 효과 있었던 거다. 모두에게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EMDR (안구 운동 둔감화 및 재처리)

치료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단일 모달리티. 트라우마 기억을 — 다시 떠올리되, 그때보다 안전한 신경 상태에서 — 처리하게 한다. 안구 운동(또는 양측 자극)을 통해 좌뇌-우뇌가 같이 작동하면서, 그 기억이 현재형 위협에서 과거형 사건으로 옮겨간다.

내 경우: 30분 세션 한 번에 — 20년 동안 못 떠올린 한 장면을 다 봤다. 다 본 다음에는 — 그 장면이 더 이상 나를 점령하지 못했다.

이게 효과가 있는 이유는, 트라우마는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신경계 입장에서는 그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EMDR은 신경계한테 그건 이미 끝났어를 가르치는 작업이다.

신체 기반 치료 (Somatic Experiencing)

대화 없이, 몸에 집중하는 치료. 떨림, 긴장, 호흡, 자세 — 트라우마가 몸에 어떻게 저장돼 있는지를 — 천천히 풀어내는 작업이다.

내 경우: 첫 세션에서 — 이유 없이 한 시간 동안 떨었다. 떨고 나니까 — 어깨 통증이 사라졌다. 그 통증이 20년 동안 있었던 거였다. 머리로는 떨면 어깨가 풀린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몸은 알았다.

케타민 보조 치료

이건 — 모두를 위한 게 아니다. 임상적으로 통제된 환경에서, 의료진과 함께만.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 다른 어떤 것보다 빨리 작동한다.

케타민이 일시적으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를 비활성화한다. 그 동안 — 자아의 방어 구조가 잠깐 무력해진다. 그 틈에 — 트라우마 기억에 다른 각도로 접근할 수 있다.

내 경우: 6번의 세션. 그 6번이 — 이전 5년의 일반 상담을 합친 것보다 — 깊이 들어갔다.

신경계 회복 (vagal tone)

매일 하는 작은 것들. 차가운 물 샤워. 노래/허밍. 깊은 호흡. 감각을 끌어들이는 산책. 이게 — 5분짜리 활동인데 — 누적되면 신경계의 기본값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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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했다. 매일. 결과: 잠을 잔다. 쉴 수 있다. 안전한 사람을 안전한 사람으로 인식한다.

영양과 수면

가장 안 화려한데 가장 중요했다. 트라우마는 — 영양 결핍과 수면 부족 위에서는 — 풀릴 수 없다. 회복은 신체의 일이다. 신체가 굶주린 상태에서는 — 어떤 치료도 안 된다.

내가 한 것: 8시간 수면(자정 전 취침), 단백질 충분히, 가공식품 0, 알코올 끊기, 카페인 제한. 화려하지 않다. 그게 핵심이다.


효과 없던 것들

솔직히 말하자면,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것들도 많았다.


7년이 걸렸다

회복은 — 직선이 아니었다. 좋아졌다가 무너졌다가, 다시 좋아졌다가 또 무너졌다. 한 번 무너질 때마다 "나는 못 고쳐지는 사람인가" 싶었다. 그런데 매번 — 다시 일어난 자리는 — 직전보다 조금 더 위였다.

3년쯤 됐을 때 잠을 잘 자기 시작했다. 5년쯤 됐을 때 — 친밀한 사람한테 안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7년쯤 됐을 때 — 행복이라는 단어가 —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그 단어처럼 — 내게도 의미가 생겼다.

지금은 — 회복했다. 100%는 아니다. 80%? 90%? 측정할 수 없다. 그런데 — 매일 살 수 있다. 잘 잔다. 사랑한다. 만든다. 그게 회복이다.


KINS는 여기서 나왔다

내가 효과 본 프로토콜들이 — 발리에서 KINS의 기반이 됐다. 장수와 신경계 회복을 다루는 웰니스 호텔 브랜드. 게스트가 도착해서 — 신경계가 안전 모드로 돌아갈 수 있게 — 환경, 음식, 일정, 인테리어를 설계했다.

이건 마케팅이 아니다. 내가 매일 사는 방식의 외부화다. 내가 회복한 환경을 — 다른 사람도 만날 수 있게 — 공간으로 만든 것뿐이다.


당신이 지금 — 이 글을 읽으면서 — 나는 그냥 성격이 이래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한 번만 의심해봐 줬으면 좋겠다.

이름이 붙으면 — 풀리는 것들이 있다.


신경계 회복, 혼자 만드는 일, 그 사이의 연결에 대해 매주 씁니다 → soulin.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