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을 때 적었다. '벗어났다'가 아니라 '벗어나기 시작했다'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지금은 — 번아웃과 공존하는 법을 안다. 없앨 수는 없다. 다만 신호를 일찍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눈이 먼저 알았다.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는데 — 글자가 읽히지 않았다. 시력 문제가 아니었다. 뇌가 거부하고 있었다. 화면 위의 글자들이 의미 없는 검은 점들로 보이는 순간 — 아, 이게 번아웃이구나 — 하고 몸이 먼저 알았다.

번아웃에 대한 글은 많다. 증상 목록, 예방법, 회복 팁. 그런데 — 번아웃 '이후'에 대한 글은 거의 없다. 불이 다 탄 뒤의 재에 대해서는 아무도 쓰지 않는다.

나는 재에 대해 쓰려고 한다.


번아웃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다. 피로는 쉬면 풀린다. 번아웃은 쉬어도 풀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 번아웃의 문제는 에너지가 아니라 의미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없다는 감각. 그 감각이 몸 전체를 지배하면 — 쉬어봤자 소용이 없다. 의미가 돌아오지 않는 한.

「우울증이 가르쳐준 것들」에서 적었듯이, 우울증과 번아웃은 사촌 같다. 우울증이 삶 전체의 방향 상실이라면, 번아웃은 일의 방향 상실이다. 나는 둘 다 겪었다. 동시에 겪은 적도 있다.


번아웃의 재 위에 서면 —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게 핵심이다. 동기가 사라진다. 열정이 사라진다. '해야 하는 일' 목록은 있는데, 그 목록을 보면 아무런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분노도 없고, 의무감도 없고, 죄책감도 없다. 그냥 — 텅 비어있다.

처음에는 이 빈 상태가 무서웠다. 게을러진 거 아닌가. 의지가 약한 거 아닌가. 패배한 거 아닌가.

나중에 알았다. 빈 것이 아니라 — 비워지는 중이었다는 것을.


번아웃 이후에 내가 한 것.

3개월 동안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다. 이건 나에게는 엄청난 일이었다 — 항상 뭔가를 만들고 있어야 안심하는 사람이니까. 3개월 동안 산책을 하고, 요리를 하고, 잠을 자고, 아무 목적 없이 미술관에 갔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나자 —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트북을 열고 싶은 욕구가 아니라, 그냥 — 뭔가를 만지고 싶은 감각. 요리할 때 칼로 채소를 써는 것처럼 — 손이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것. 뇌가 아니라 손이 먼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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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에서 적었지만 — 나의 모든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머리가 계획하는 게 아니라, 손이 먼저 움직이는 것. 번아웃 이후에도 패턴은 같았다. 다만 — 더 천천히. 더 조심스럽게.


번아웃은 재발한다. 이건 아무도 안 알려주는 사실이다. 한 번 겪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 1년 뒤에 또 왔다. 그리고 또 왔다.

다만 — 매번 신호를 조금씩 일찍 잡게 되었다. 눈이 화면을 거부하기 전에, 어깨가 올라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목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신호가 오면 — 멈추는 법을 배웠다. 3개월이 아니라, 3일. 작아졌다.

번아웃을 없앨 수는 없다. 혼자 만드는 사람에게는 —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다. 다만 공존하는 법은 배울 수 있다. 불과 함께 사는 법을.


당신의 몸은 지금 뭔가를 거부하고 있나요? 그 신호를 무시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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