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쓸 때 나는 몇 년 만에 돌아오겠지 하고 생각했다. 돌아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 돌아오고 싶지 않을 줄은 더 몰랐다. 지금은 베를린에 산다. 한국을 떠난 지 7년이 지났고, 아직도 가끔 인천공항의 그 출발 게이트가 생각난다.
발바닥이 무거웠다. 공항 바닥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신발을 신고 있는데도.
출발 게이트 앞에 섰을 때 — 가방은 하나, 통장은 마이너스 200만 원, 도착지에 아는 사람은 0명. 이 숫자들이 머릿속에서 한 번 돌고 나면, 가슴이 조여온다. 이건 설렘이 아니다. 공포다. 깨끗한, 물리적인 공포.
엄마한테 전화했다. 갈게요, 했다. 엄마는 조심해, 했다. 둘 다 울지 않았다. 공항에서 우는 건 드라마에서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 사실은 울 여유가 없었던 것에 가깝다. 감정이 몸 어딘가에서 꽉 막혀 있었다. 비행기에 타고 나서야, 이륙하고 서울이 작아지는 걸 보면서야, 뭔가가 풀렸다.
울지는 않았다. 대신 숨을 쉬었다. 오랜만에 — 깊게.
한국을 떠난 이유는 「자퇴 — 내가 연세대를 떠난 이유」에서 적었다. 세상이 정해준 길이 아닌 다른 길이 있을까, 한국이 아닌 다른 곳이라면 다를까 — 그 질문 하나를 들고 떠났다.
하지만 그날의 진짜 감정은 질문보다 단순했다. 여기서는 숨을 쉴 수 없다. 그것뿐이었다.
우울증은 이미 오래되어 있었다. 조용한 종류의 우울증 — 기능은 하는데 살아있지 않은 느낌. 학교에 가고, 회사에 가고, 사람을 만나고, 웃고. 그리고 밤에 혼자 방에 들어가면 — 텅 비어있는 것. 그 빈 것이 무엇인지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이름이 없으니 설명할 수도 없었다. 설명할 수 없으니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떠났다. 도망인지 출발인지 모른 채.
싱가포르에 도착했을 때 — 뜨거웠다. 공기가 물처럼 몸에 달라붙었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거리의 냄새, 음식의 맛, 사람들이 걷는 속도.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자동이었다 — 어디로 가야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여기서는 아무것도 자동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아무것도 자동이 아닌' 상태가 — 나를 살렸다.
자동으로 살고 있었다는 걸, 자동이 멈춘 뒤에야 알았다. 매일 아침 오늘 뭘 할지 결정해야 했다. 뭘 먹을지, 어디로 갈지, 누구를 만날지. 한국에서는 이런 결정들이 이미 다 되어 있었다 — 회사, 식당, 동료. 선택이 아니라 일정이었다. 여기서는 매 순간이 선택이었고, 그 선택의 무게가 — 무섭기도 했지만 — 나를 깨웠다.
처음 몇 달은 힘들었다. 돈은 빠르게 줄었고, 외로움은 천천히 자랐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노트북을 열고 프리랜서 일을 찾았다. 찾지 못한 날이 더 많았다. 호스텔 이층 침대에서 천장을 보며 —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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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상하게도, 서울에서의 천장보다 이 천장이 덜 무거웠다. 불안은 있었지만, 가면은 없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는 — 누구인 척할 필요가 없었다. 실패해도 실망시킬 사람이 없었다. 그 자유가 — 고독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 그때는 그게 필요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기술」에서 적었듯이, 나는 짐을 줄이면서 자유를 배웠다. 물건만 줄인 게 아니었다. 기대, 체면, 남의 시선 — 한국에서 나를 구성하던 모든 것을 하나씩 내려놓았다.
떠나기 전에는 그것들이 '나'라고 생각했다. 떠나고 나니 — 그것들이 없어도 나는 여전히 나였다. 오히려 더 나였다.
7년이 지났다. 한국을 떠나던 그날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베를린에 살고, 호텔 브랜드를 운영하고, AI 도구를 혼자 만든다는 것 — 그건 그때의 상상력 밖에 있었다.
하지만 그날의 나에게 고마운 건 — 상상할 수 없었는데도 떠났다는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 몰랐는데도 출발 게이트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떠나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 숨을 쉴 수 없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 그건 안다.
당신이 지금 서 있는 곳에서 — 숨을 쉬고 있나요? 아니면 숨을 참고 있나요?
Thread: The L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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