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처음 떠나던 날 — 돌아오지 않을 줄 몰랐다
몇 년 만에 돌아오겠지 — 그렇게 생각했다. 돌아오지 않을 줄은 — 몰랐다. 돌아오고 싶지 않을 줄은 — 더 — 몰랐다.
발바닥이 — 무거웠다.
인천공항 바닥이 — 유난히 — 차갑게 — 느껴졌다. 신발을 신고 있는데도.
출발 게이트 앞에 섰을 때 — 가방 하나, 통장 마이너스 200만 원, 도착지에 — 아는 사람 — 0명. 이 숫자들이 — 머릿속에서 — 한 번 돌고 나면 — 가슴이 — 조여왔다. 이건 — 설렘이 — 아니다. 공포다. 깨끗한, 물리적인 — 공포.
엄마와의 — 전화
엄마한테 — 전화했다.
"갈게요."
"조심해."
둘 다 안 울었다. 공항에서 우는 건 — 드라마에서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 울 여유가 — 없었던 거에 — 가깝다.
감정이 — 몸 어딘가에서 — 꽉 — 막혀 있었다. 비행기에 — 타고 — 이륙하고 — 서울이 작아지는 걸 — 보면서야 — 뭔가가 — 풀렸다.
비행기 안에서
비행기 — 안에서 — 처음으로 — 진짜 — 떠난다는 — 것이 — 무엇인지 — 느꼈다.
내가 — 매일 — 다니던 길. 매일 — 만나던 사람들. 매일 — 보던 — 풍경. 그게 — 다 — 사라지고 있었다.
대신에 — 다음 — 무엇이 올지 — 몰랐다.
이게 — 떠난다는 — 진짜 — 의미였다. 기억하던 것을 — 잃어버리는 — 결정. 그 잃어버림에 — 무엇이 — 들어올지 — 모르는 — 결정.
비행기에서 — 한참을 — 잤다. 깨었을 때 — 도착지가 — 가까워져 있었다. 창밖에 — 처음 보는 — 도시가 — 있었다.
도착 — 첫 일주일
처음 도착한 곳은 — 싱가포르였다.
티켓이 — 가장 쌌다. 싱가포르에 — 가고 싶어서가 아니다. 한국이 아닌 곳이면 — 됐다. 가장 안전해 보이는 — 한국이 아닌 곳.
첫날. 호스텔. 내 침대. 8인실. 옆 침대에 — 호주 사람. 그 다음 — 독일 사람. 그 다음 — 인도 사람. 한국 사람 — 0.
처음 — 한 시간 — 침대에 — 누워 있었다. 천장을 — 봤다. 내가 — 지금 — 진짜로 — 한국을 떠났네. 이 한 문장이 — 머릿속에서 — 100번쯤 — 돌았다.
100번째쯤 돌았을 때 — 한 가지가 — 들어왔다. 내가 — 지금 — 자유롭다.
자유롭다는 — 게 — 그렇게 — 무거운 — 단어인 줄 — 그날 — 처음 알았다. 자유는 — 내가 — 13년 동안 — 그리워한 — 단어였다. 한국에서는 — 한 번도 — 진짜로 — 만나본 — 적이 없는 — 단어. 그 단어가 — 그 호스텔 침대에서 — 처음으로 — 진짜 — 의미를 가졌다.
자유는 — 무거웠다. 무게가 — 슬프지 않았다. 그저 — 진짜였다.
첫 한 달
첫 한 달은 — 매일 — 내가 잘못 결정했나가 — 떠올랐다.
한국에서 — 회사 다녔으면 — 안전했을 거다. 매월 — 월급 받았을 거다. 가족 자주 만났을 거다. 친구들과 — 같은 시간대에 — 살았을 거다.
대신에 — 호스텔. 매일 — 오늘 뭐 먹지. 매일 — 내일 어디 가지. 매일 — 다음 결정. 매일 — 그 결정의 — 책임.
일주일에 한 번 — 가족한테 — 전화했다. 엄마는 매번 *"잘 지내?"*라고 물었고 — 매번 *"네"*라고 답했다. 잘 지내지는 — 못했다. 그런데 — 못 잘 지낸다는 — 답을 — 못 했다. 못 하면 — 엄마가 — 무너지니까.
이 첫 한 달이 — 떠난다는 결정이 — 진짜 — 시작되는 — 시간이었다. 결정은 — 한 번에 — 끝나지 않는다. 매일 — 다시 — 결정해야 한다.
돌아오지 않을 결정은 — 언제 됐냐면
비행기에 탔을 때는 — 몇 년 후에 — 돌아올 거야라고 — 생각했다. 그게 — 자연스러운 — 가정이었다.
돌아오지 않을 결정은 — 한 번에 — 안 — 일어났다. 작은 — 결정의 — 누적이었다.
1년 차 — 조금만 더 살자. 발리에 — 머물고 있었다. 매일 — 평화로웠다. 한국으로 — 돌아갈 — 명분이 — 안 —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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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차 — 직장으로 안 돌아간다. 디지털 노마드로 — 사이드 프로젝트로 — 먹고살 — 가능성이 — 보였다. 한국 회사로 — 돌아가면 — 그 가능성이 — 사라진다.
3년 차 — 가족도 안 그립다. 1년에 한 번 만나면 — 충분하다는 게 — 분명해졌다. 매일 만날 — 필요가 — 없었다.
4년 차 — 한국 음식도 — 그립지 않다. 발리에 — 한국 식당이 — 있었다. 거기 가면 — 충분했다.
5년 차 — 베를린이 — 집이 — 됐다. 발리에서 — 베를린으로 — 옮겼고 — 베를린이 — 첫 번째 — 도시가 — 됐다.
6년 차 — 영주권 신청.
7년 차 — 한국에 — 돌아갈 — 가능성이 — 거의 — 0이다는 게 — 명확해졌다.
이 누적이 — 떠난다는 결정의 — 진짜 — 모양이었다. 한 번이 아니라 — 7년에 걸쳐서. 매년 — 작은 결정의 — 누적.
그날 — 그 게이트의 — 의미
7년이 지난 지금 — 그 — 출발 게이트가 — 가끔 — 떠오른다.
그날의 — 무거운 발바닥. 마이너스 200만 원의 통장. 0명의 도착지. 엄마와의 — 짧은 통화.
그 — 모든 게 — 무서웠다. 그런데 — 그 — 무서움이 — 7년의 — 모든 — 좋은 결과를 — 만들었다.
만약 — 그날 — 게이트에서 — 돌아섰다면. 만약 — 비행기를 — 안 탔다면. 만약 — 무서움에 — 오늘은 안 가자라고 — 결정했다면.
지금 — 베를린의 책상에 — 앉아 있지 — 않았을 거다. KINS도 — 안 만들었을 거다. AI 제품도. 멤버십도. 매주 글도. 깊은 친구들도. 진짜 회복도.
이 모든 게 — 그 — 무서운 — 한 발자국에서 — 시작됐다.
누군가가 — 같은 게이트 앞에 있다면
이 글을 — 누군가가 — 비슷한 — 게이트 앞에서 — 읽고 있다면.
한 가지를 — 알았으면 좋겠다.
무서운 게 — 잘못된 게 아니다. 무서움은 — 진짜 결정의 — 신호다. 안 무서운 결정은 — 자기를 안 바꾼다. 무서운 결정만 — 자기를 — 바꾼다.
무서움이 — 사라지길 — 기다리지 마라. 무서움은 — 안 사라진다. 무서움 안고 — 비행기에 — 타라.
비행기 안에서 — 자유라는 — 단어가 — 무엇인지를 — 처음 — 만날 거다.
혼자 만드는 삶과 그 시작에 대해 매주 씁니다 → soulin.co